
1. 브랜드 정체성과 유니크 노트: 르 라보의 시작
르 라보(Le Labo)는 “정체성의 향기”를 브랜드 철학의 핵심으로 삼아, 시그니처 노트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독보적인 경험을 제안한다. 뉴욕에서 출발한 이 니치 퍼퓸 브랜드는 도시적 감수성과 장인 정신을 결합해, 단순한 향수 한 병이 아니라 “나만의 아이덴티티”를 담아내려는 야심 찬 시도로 주목을 받았다. 르 라보가 강조하는 것은 유니크 노트(Unique Note)다. 예를 들어 ‘Santal 33’, ‘Rose 31’ 같은 제품명에서 보이듯, 각각의 주요 원료와 숫자가 결합된 단순하지만 직관적인 네이밍은 소비자로 하여금 “이 향이 어떤 정체성을 지니고 있는지”를 짐작하게 만든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뒤에 복합적인 노트 배합과 장인의 손길이 숨어 있어, 한 번 맡으면 잊기 힘든 강렬함을 선사한다.
르 라보가 말하는 ‘정체성’은 단순히 브랜드 로고나 패키징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향의 첫인상인 탑 노트부터 마지막 잔향인 베이스 노트까지, 모든 단계가 “이 향을 만든 사람과 사용하는 사람이 함께 창작한다”는 철학으로 엮여 있다. 초기에는 작은 공방을 기반으로 조향사와 고객이 직접 만나 원하는 원료를 이야기하고 시향 하면서, 함께 시그니처 레시피를 만들어가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대량 생산 체제와 차별화를 이루면서, 향수 자체가 소비자의 삶 한가운데에서 ‘나를 표현해주는 매개체’가 되도록 돕는다. 르 라보의 유니크 노트는 곧 “작은 공방에서 시작된 대담한 정체성”과 결합해, 전 세계 팬들에게 “내가 누구인지, 어떤 향으로 기억되고 싶은지”를 묻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2. 수작업과 공방 정신: 르 라보의 철학
르 라보가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또 하나의 가치 축은 바로 “수작업”과 “공방 정신”이다. 브랜드 이름인 Le Labo는 프랑스어로 ‘실험실’을 의미하지만, 그들의 매장은 차가운 실험실이라기보다 직접 손으로 향을 배합하고 병입하는 ‘공방(Atelier)’에 가깝다. 메가브랜드들이 최신 설비와 자동화된 공정을 강조하는 것과 달리, 르 라보는 고객과 직접 소통하며 “현장에서 바로 블렌딩해주는 퍼스널라이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식을 유지한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향수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생생히 목격하고, 병에 찍힌 제조 일자와 자신의 이름을 확인하면서 “이건 정말 나를 위해 막 탄생한 특별한 향수”라는 만족감을 얻게 된다.
이처럼 ‘수작업’과 ‘공방 정신’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기계적인 균일함보다 사람의 손길과 온도가 느껴지는 향수가 더 진정성 있다”는 르 라보의 철학이 자리한다. 매장 직원들이 조향 과정을 수십 번 반복하더라도, 그 순간 소비자가 원하는 특성과 작은 요구 사항에 맞춰 배합 비율을 즉석에서 조정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나오는 질문들—“좀 더 스파이시하게 할까요?”, “머스크 노트를 좀 더 부드럽게 할까요?”—은 진정한 ‘공동 창작(Co-creation)’의 순간을 보여준다. 이런 매장의 풍경은 오픈 키친처럼 투명하고 친근한 분위기를 주며, 그 속에서 “공방 정신을 지킨다”는 메시지를 소비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3. 원료 선정에서 드러나는 공동 창작: 르 라보만의 아이덴티티
르 라보의 정체성이 가장 극명히 드러나는 또 다른 지점은 바로 ‘원료 선정’ 과정이다. 흔히 니치 향수라 하면 값비싸고 희귀한 원료만 쓴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르 라보는 원료의 고급스러움 이상으로 “원료를 어떻게 해석하고 배합하느냐”에 집중한다. 한 예로, ‘Santal 33’의 경우 샌달우드(Sandalwood)라는 흔히 알려진 재료를 사용했지만, 이 원료를 중심축으로 가죽, 아이리스, 앰브록스 등을 복합적으로 결합해 마치 뉴욕의 자유롭고 거친 공기를 향으로 풀어냈다. 단순히 ‘우디 계열’에 그치지 않고, 공동 창작을 통해 다면적인 캐릭터를 부여한 것이다. 이런 원료 선정 과정에서 소비자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는, 앞서 언급했듯 르 라보 매장에서는 종종 고객과 함께 직접 블렌딩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가죽 노트를 더 강조해 달라고 요청하고, 또 다른 이는 머스크의 농도를 줄여 달라고 하기도 한다. 이렇게 ‘상호작용’을 통해 탄생한 시그니처 노트는, 결국 누구나 똑같이 쓰는 대중 향수와 달리 “이건 내가 원하는 정체성을 후각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만족감을 준다. 따라서 르 라보의 아이덴티티는 “독창적 원료 해석 + 공동 창작의 과정”에서 비롯되며, 이는 곧 시그니처 노트마다 스토리가 다르고, 사람들이 자신의 취향을 반영해 재구성할 수 있는 이유가 된다.
4. ‘정체성의 향기’를 확산하는 르 라보의 가치: 유니크 시그니처 노트의 의미
결국 르 라보가 추구하는 ‘정체성의 향기’는, 단순히 본사에서 완성한 레시피를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다. “향을 만드는 사람과 사용하는 사람이 함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점이야말로 르 라보 브랜드가 지닌 독보적 가치다. 그렇기에 한 병 한 병의 향수는 서로 미묘하게 다를 수 있으며, 심지어는 같은 레시피라도 만든 시점이나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이를 르 라보는 “불완전함이 빚어내는 예술적 아름다움”이라고 부른다. 기계적 일관성을 추구하기보다, 사람의 손길과 취향, 그리고 매장 내에서 진행되는 즉흥적 결정이 합쳐져 유니크 시그니처 노트를 탄생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가치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며, 르 라보는 이제 단순히 ‘멋진 니치 향수 브랜드’가 아니라 “후각을 통해 자기 표현과 정체성을 찾는 문화 아이콘”이 되었다. 많은 팬들이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내가 블렌딩 한 Santal 33 레시피”, “고객 이름이 찍힌 스페셜 라벨” 등을 공유하고, 이를 통해 브랜드와 자신만의 이야기를 나눈다. 이는 곧 르 라보가 만들어낸 “향기 공동체(Scent Community)”의 확산을 의미한다. 결국 르 라보의 유니크 시그니처 노트란, 브랜드가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완성품이 아니라, 고객과 브랜드가 함께 만들어가는 ‘정체성의 향기’ 그 자체다. 그리고 그 향기는 누군가의 일상에 스며들어, “나는 누구이며, 어떤 향으로 기억되고 싶은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자연스럽게 던지는 특별한 경험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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